박도은

작가노트


사과는 뜨거운 여름 낮의 태양과 폭풍과 비바람을 견디며 더욱 크고 단단해져 갔다. 아버지는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사과나무를 가꾸셨다. 

달빛을 받아 조용히 빛나는 탐스러운 사과는 묵묵히 사과나무를 가꾸시던 아버지의 모습과 오버랩 된다. 

갈라지고 비틀어진 사과나무 둥지는 아버지의 손등을 닮았고 그런 아버지의 손길이 닿아 사과는 더욱더 튼실해져 갔다. 

어린 시절 고향집 과수원의 사과는 지금 나의 눈과 손, 마음을 통과하여 화면 위에서 다시 살아난다.

시간을 켜켜이 쌓아 올리듯 반복하여 색을 얹다가 마침내 내 마음속 이미지에 근접한 색채와 분위기의 접합점을 찾았을 때, 비로소 그 가늘고도 긴 긴장감에서 해방감을 느낀다. 

그 순간이 나에게 허용되는 유일한 즐거움이자 그동안의 인내에 대한 보상인 듯도 하다. 

작품이 생명을 얻어가는 이 과정이 작가에게는 기쁨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마음의 위안, 또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 아니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작가 이력

성균관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일본 츠쿠바대학 예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12회 단체전 다수참여

ARTWORKS

EXHIB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