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하 작가노트 | 꿈꾸는 여행자
오늘도 내 마음은 포르투갈이라는 나라에 잠겨있다.
포르투갈의 기구한 역사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건물이나 골목의 낡고 투박한 벽 질감을 내 캔버스 화면에 옮겨놓은 듯하게 기본 마띠에르로 삼고 처절한 시간의 흔적과 애잔함이 배어든 그 거리와 건물, 사람들의 모습, 오랜 교통수단인 트램과 배 등 때로는 무언가를 끌어들이는 강렬한 에너지에 빠져버린 듯 했던 리스본과 포르투 곳곳의 감성을 화폭에 다양한 시선과 기법으로 투영하듯 담아내고 있다.
특히, 포르투의 동 루이스 1세 다리(Bridge)를 요즘 핵심 소재로 삼는다. 도우로강을 가로질러 구도시와 신도시를 연결해 주면서, 세상의 풍파를 견디며 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주는 그 다리.
각 나라 여행자들의 마음을 열게 하여 함께 하는 한바탕 축제현장이 되어버린 그 다리.
갈매기들과 금세 친구가 되어 해질녘 노을을 즐기며 밤늦게까지 하염없이 머물고 싶었던 그 다리…….
보는 방향과 각도 그리고 시간에 따라 연출되는 다채롭고 색다른 모습에 내 추억 감성과 상상력을 가미한 표현 작업으로 누구에게는 꿈으로 읽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소망과 환희 에너지로 읽혀지는 그 장면에 빠져들어 간다.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여행지가 한군데 이상은 있을 것이다. 내게는 개인적으로 어머니를 하늘나라에 보내드린 후 순간 울컥증을 앓다가 맘먹고 8개월 만에 떠난 여행에서 큰 위안과 소중한 영감을 얻었던 곳이 바로 포르투갈이었다.
그 중 포르투 도우로강가의 동 루이스 1세 다리에서 머물며 가졌던 소중했던 시간 가운데 내 잠재된 이별의 아픔과 슬픔에서 이별하여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를 갖게 되었고 가슴시린 감동과 추억 그리고 위안의 고마움을 안고 왔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그곳에 어머니와 함께 있는 꿈을 꾸게 되면서 나의 포르투갈 여행 작업은 시작되었고, 그래서인지 전반적으로 내 그림에는 다리가 있는 풍경이 많다.
지금은 그곳에서 몸은 돌아왔지만 마음을 빼앗겨 더 오래 머물지 못했던 아쉬움과 미련 때문에 마치 매우 중요한 것을 두고 와 반드시 한번은 찾으러 갔다 와야 할 것 같은 숙명적인 그런 곳, 그런 장소를 화면에 담는 작업으로 위안을 삼는다.
다녀온 것이 마치 꿈만 같고, 지금도 생각만 하면 그 곳에 순간 이동해 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도록 몽환적으로 또는 현장감 있게 표현하고, 거기에 나의 상상과 스토리를 가미해 표현하는 이 작업은 내게 있어서 마치 여러 현실적 여건 때문에 당장 또 떠날 수 없는 여행에 대한 대리만족 같은 흥겨운 놀이이기도 하면서 화가인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소중했던 추억여행의 시각적인 기록 작업이기도 하다.
소재를 선택하고 스토리를 구상하여 캔버스 위에 표현하는 시간 내내, 아니 그 전 단계부터 내 마음이 이미 그리운 그 곳에 가서 다시 걷고 보고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당시의 기억과 감흥 그리고 그 곳에서의 잊을 수 없는 에너지를 담아내는 이 작업 과정은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내게는 위안과 치유가 되는 자가 힐링이 되고 삶의 큰 긍정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내일은 또 내 마음이 어디에 머무르게 될지 꿈꾸듯 기다려진다.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니까!!
난 아직도 그 여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