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년 기념 : 11인의 순수한 대화

DATE : 2022.12.09~ 2022.12.30
ARTIST: 김영구, 김정랑, 박정님, 서우숙, 심숙희, 양태모, 이미경, 이미숙, 정은하, 정자빈, EDEN VAAK 


김영구 작가노트  |  첨단 도시에서 어쩌면 잊고 있었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다

삶의 여정(旅程)에서 회색의 빌딩으로 가득 찬 도시의 머리 위를 둥실둥실 부유하듯이 떠다니는 열기구에 몸을 싣고 날아보는 상상은 유쾌하다. 발전하는 대도시에 비해 우리의 정신은 여전히 가난하다.
도시는 회색 빌딩으로 가득 차 있고, 빨강과 노랑 또는 파랑의 원색들로 극명하게 대비되는 화려한 열기구들에 몸을 싣고, 저 아래 성냥갑같이 작아져 버린 빌딩들 위를 날아다니며 치유로서의 정신적 풍요와 낙천적 삶을 꿈꾼다.
현대인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패턴들이나 행동양식에서 보이는 그 자체로 표현하거나, 또는 주관적 관점에서 재해석되고 그것을 회화적 관점으로 분석하고 그려내는 것을 『보이는 도시, 보는 도시(City seen, city seeing)』”라고 할 수 있다
도시라는 공간과 구조적 공동체 안에서 개인이 겪을 수 있는 경험이나 감정보다, 주로 개인의 역할이 공동의 경험으로 나타나는 문화적 현상에 주목하였다.
김정랑 작가노트


나의 그림은 가장 솔직한 감정일 때 관계하는 진정한 표출방식 중 하나이다. 이는 순수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순수함이 묻어나는 것을 표현하는 데 대해서는 색과 마음속에서 여러 색이 떠오르곤 할 때, 선택한 색이 어떠한 연상을 주는지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훈련하고 있다. 내면세계에  내재한  긍정적  에너지의  추상을  자연  속에서  경험한  색채와 선, 형태, 질감으로 시각화한다. 색채는 각기 다른 감정이 있어 어떠한 이미지나 연상을 떠올리는데 시각적으로는 대자연을 통해 영감을 받고자 한다.
그림 속의 이미지의 영향은 자연의 색감과 형태의 모습들로 가지고 온다. 이미지는 마음속에 새기며, 이것을 자연 속에서 경험한 색채와 선, 질감, 형태 등을 영감받으며 표현한다. 그 영감의 이미지는 자연을 담은 사진을 촬영하거나 자료사진을 수집하여 나의 심상과 일치 할 때 큰 만족감을 준다. 밝고 확실한 색상과 페인팅으로 원동력과 생명력에 있는 감상을 한 화면에 풍성하게 넓히고자  한다. 또한, 긍정적인  에너지와 삶의 소중함을 증폭시켜  사람들의 마음을 다양한 색으로 물들이는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만의 고유한 색을 통해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아름다움의 표현에 대한 가능성을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을 기대하고 작품을 통해 어둠 속에 촛불과 같은 마음을 두드리는 향연을 전하고자 한다.
박정님 작가노트  |  생성과 소멸의 근원으로의 빛

우리 모두는 거대한 우주 그물망의 중심에 있다.
우주 중심에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내 위치를 알아 차리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시각으로 표현하고 생각과 느낌, 경험, 감정, 관계, 사건들로 합쳐진 상호연관의 테피스트리 안에 존재한다.
빛으로만 채워진 공간은, 빛으로 가득하기에 유(有)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간에 가득한 기운(氣運-energy)의 밀도를 표현해 내는 것이 나의 작업에서 중요한 일이다.
빛의 변주에 따라 공간의 온도와 감정도 같이 변화한다. 내면의 정서가 곧 나의 빛이 되고,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理想)적인 빛을 다양한 색으로 작품에 담아내었다.
서우숙 작가노트

정신분석학의 프로이트의 무의식이 추구하는 최종결과 주목적은 긴장의 완화를 통해 불쾌를 피하고 쾌락을 추구하도록 그 방향을 설정한다고 보듯이, 환경에서 저항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한 포기는 나의 그림에서 신비주의와 탐미주의적인 경향을 만들게 되었다.
암울한 현실을 외면한 채 , 거칠은 데카당스는 아니더라도 밝고 이상적인 미술 그 자체를 탐익하는 예술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내그림을 보는이들이 행복감을 느끼기를 바라면서 나는 사고 하고 관찰하고 느끼고 여행하고 책을 읽고 배우고 운동하고 ,가장 좋은 컨디션일 때 그림을 그린다.
내그림에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자연적인 고유한 문화코드를 화려하고 유머러스하며 음양조화에 의한 매력을 단순한 색과 선으로 함축하고 있다.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허영과 두려움을 철학적으로 성찰하여, 행복을 추구하는 작품을 하되 그림을 제작하는 나의 고통은 안 보이게 하고싶다.
 
나에게 예술이란 내면의 무의식이 이끄는 작은소리에 귀기울이며 찾아가는 호기심 가득한 미지의, 유쾌하고 재미있고 아름다워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나만의 비밀스럽고 행복한 우주이다.
심숙희 작가노트  |  자연에서 얻은 서정적인 소확행

본인 작품은 표현주의의 추상이며 내면의 기억 속에 있던 풍경들을 모티브로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서 달라지는 이미지들의 표현과 자연을 관조(觀照)하며 교감하면서 나타나는 심리적인 상태들의 변화를 바탕으로 나타낸 것이다. 또한, 이것을 내면의 순수한 기억에서 출발하였다고 말하고자 한다. 순수 기억이란 현재의 어떠한 것도 개입되지 않은 정신 그 자체의 변하지 않고 고정되어있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인은 순수 고정되어있는 기억들과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들에 대한 이미지를 끌고 들어와 나타내고자 하는 추상적 표현이다. 또한, 추상이라는 표현 안에는 결국 순수하다는 것과 일치한 것으로 같은 맥락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선택되고 나타난 형태와 내면의 색채로 채워서 본인의 그리움의 풍경이 조형화하여 나타내고자 하였으며 연구한 것이다.
우리는 서로가 다른 순수 기억을 지니고 있다.

기억들은 심리적인 감정이 개입되면서 또 다른 이미지로 재조합되어 나타나며 또 어떤 사건과 사고들이 생기면서 감정들은 다르게 해석되는 부분에서 그 이미지들이 나타난다. 자연 사계의 이치를 통해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고 갈팡질팡하지 않고 품어주는 자연의 섭리에서 에너지를 얻고 소소하고 서정적인 감성으로 소확행으로의 일상의 힘을 얻고 있다.


양태모 작가노트  |  Light

작가는 외상에 대한 반복의 서사성에서 작품이 출발하였다. 작가의 작품에 대한 프로세스는 시기별로 정리 된다.
 
1기(1990~2000년)-<to Nature>
2기(2001〜2010)-<시점차이 재현과 형상의 경계>
3기(2011~현재)-Thing(형상)의 이념과 형상화 “빛-Light”
 

양태모 작가는 시기별로 매체의 변화가 다양하게 등장한다. 조교 생활시절부터 미술재료학에 대해 오랫동안 깊은 연구를 하면서 매체를 중요하게 다루어 왔다. 지금은 Light매체를 사용한다. 우주의 빛, 자연의 빛, 희망의 빛을 담아내기 위해 작업한다. 여러 시리즈 중에 다원(막사발) 시리즈는 작가가 교수로 재직하며 우리미술을 독학으로 연구하여 막사발의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갖게 되어 다완 시리즈를 가져왔다. 우리역사 속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다완의 깊이와 중요성을 강조하여 표현했다. 서구에서 조명되고 가치를 주목받는 내용을 작가는 재료를 통한 형상과 매체로 시대정신을 재해석 하였다. 작품은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위에 빛-희망을 나타내는 원석, 스톤알갱이 등으로 빛의 재료를 다시 한 번 붙이는 작업으로 진행한다. 작품에서 작가가 노동의 집약과 여러 단계 단계를 통한 은근과 끈기로 희망을 담아내는 정신을 품고 있다.
이미경 작가노트  |  우포늪이야기-不二
 
나를 찾아가는 여정인 우포늪이야기 시리즈.
우포늪의 고요함, 멈춘 듯 흐르는 잔잔한 물결은 주변의 모든 것의 감각을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사색의 시간에 빠지게 만든다.
不二. 나와 자연, 나와 너는 둘이 아니라 그 근원은 모두 하나 그러나 서로 개별성은 분명히 구별 되나 언어를 넘어선 하나이다. 자연 나 너 서로 다른 작은 하나들이 모여서 큰 하나를 이룬다.

이미숙 작가노트

 

 

나의 작업은 꽃을 통해서 삶의 초상을 그리는 것이다. 삶의 형식과 과정은 꽃과 닮아 있다. 인간은 누구나 인생의 어느 시점에 와서는 꽃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자신의 지난 삶을 꽃을 통해 돌이켜 본다. 단지 꽃이 시각적으로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꽃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꽃과의 교감이 보는 이에게 깊은 울림과 서사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작품의 전체적인 형식은 원형의 부케를 차용 하였다. 결혼식 날, 신부의 부케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물체이다. 동시에 미래의 알 수 없는 새로운 삶의 모습을 따뜻하게 품고 있다. 곧 사라지게 될 원형의 꽃들은 신부의 삶 그리고 우리의 인생과 닮아 있다.

 

나는 꽃을 그리지 않는다.

정은하 작가노트  |  꿈꾸는 여행자

오늘도 내 마음은 포르투갈이라는 나라에 잠겨있다.
 
포르투갈의 기구한 역사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건물이나 골목의 낡고 투박한 벽 질감을 내 캔버스 화면에 옮겨놓은 듯하게 기본 마띠에르로 삼고 처절한 시간의 흔적과 애잔함이 배어든 그 거리와 건물, 사람들의 모습, 오랜 교통수단인 트램과 배 등 때로는 무언가를 끌어들이는 강렬한 에너지에 빠져버린 듯 했던 리스본과 포르투 곳곳의 감성을 화폭에 다양한 시선과 기법으로 투영하듯 담아내고 있다.
특히, 포르투의 동 루이스 1세 다리(Bridge)를 요즘 핵심 소재로 삼는다. 도우로강을 가로질러 구도시와 신도시를 연결해 주면서, 세상의 풍파를 견디며 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주는 그 다리.
각 나라 여행자들의 마음을 열게 하여 함께 하는 한바탕 축제현장이 되어버린 그 다리.
갈매기들과 금세 친구가 되어 해질녘 노을을 즐기며 밤늦게까지 하염없이 머물고 싶었던 그 다리…….
보는 방향과 각도 그리고 시간에 따라 연출되는 다채롭고 색다른 모습에 내 추억 감성과 상상력을 가미한 표현 작업으로 누구에게는 꿈으로 읽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소망과 환희 에너지로 읽혀지는 그 장면에 빠져들어 간다.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여행지가 한군데 이상은 있을 것이다. 내게는 개인적으로 어머니를 하늘나라에 보내드린 후 순간 울컥증을 앓다가 맘먹고 8개월 만에 떠난 여행에서 큰 위안과 소중한 영감을 얻었던 곳이 바로 포르투갈이었다.
그 중 포르투 도우로강가의 동 루이스 1세 다리에서 머물며 가졌던 소중했던 시간 가운데 내 잠재된 이별의 아픔과 슬픔에서 이별하여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를 갖게 되었고 가슴시린 감동과 추억 그리고 위안의 고마움을 안고 왔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그곳에 어머니와 함께 있는 꿈을 꾸게 되면서 나의 포르투갈 여행 작업은 시작되었고, 그래서인지 전반적으로 내 그림에는 다리가 있는 풍경이 많다.
 
지금은 그곳에서 몸은 돌아왔지만 마음을 빼앗겨 더 오래 머물지 못했던 아쉬움과 미련 때문에 마치 매우 중요한 것을 두고 와 반드시 한번은 찾으러 갔다 와야 할 것 같은 숙명적인 그런 곳, 그런 장소를 화면에 담는 작업으로 위안을 삼는다.
다녀온 것이 마치 꿈만 같고, 지금도 생각만 하면 그 곳에 순간 이동해 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도록 몽환적으로 또는 현장감 있게 표현하고, 거기에 나의 상상과 스토리를 가미해 표현하는 이 작업은 내게 있어서 마치 여러 현실적 여건 때문에 당장 또 떠날 수 없는 여행에 대한 대리만족 같은 흥겨운 놀이이기도 하면서 화가인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소중했던 추억여행의 시각적인 기록 작업이기도 하다.
 
소재를 선택하고 스토리를 구상하여 캔버스 위에 표현하는 시간 내내, 아니 그 전 단계부터 내 마음이 이미 그리운 그 곳에 가서 다시 걷고 보고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당시의 기억과 감흥 그리고 그 곳에서의 잊을 수 없는 에너지를 담아내는 이 작업 과정은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내게는 위안과 치유가 되는 자가 힐링이 되고 삶의 큰 긍정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내일은 또 내 마음이 어디에 머무르게 될지 꿈꾸듯 기다려진다.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니까!!
 
난 아직도 그 여행 중이다.
정자빈 작가노트  |  Flowers in the rain

10여년 전부터 우산에 관한 작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비가오던 어느 날, 창 밖에 우산이 하나둘 펴지는 모습을 보고, 영감이 떠올라 시작하게 된 작업입니다.
우산이 하나씩 톡톡 펴지는 모습이 마치 꽃봉오리가 터져 꽃이 피어나는 모습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색빛 아스팔트에 펼쳐진 우산은 작은 희망의 꽃이 피어오르는 느낌이었습니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고 도시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는, 비오는 날은 아스팔트를 적신 비때문에 회색빛이 더해져 우울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비오는 날이 되면 밖으로 뛰어나가 우산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비오는 날이 반가운 날이 되었습니다.
비를 맞고 펴지는 우산이 비가 오는 회색빛 가득한 도시에 피는 꽃이자 희망이라는 의미로 “Flowers in The Rain"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의 삶속에서 경쟁에 치여 조급하거나 우울한 마음을 떨쳐버리고, 희망을 품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재료와 표현방법은 바뀌어가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EDEN VAAK 작가노트
 
작품은 인도설화 속에서 영감을 받아서 탄생한 작품이다. 설화속 영감에 따르면 숲 속에서 명상을 하고 있는 히브리성자 주변으로 수많은 공작새들이 날고 있었다고한다.  나에게는 그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춤추는 공작새의 모습들은 타원형 깃털로 다이나믹하게  표현하였다. 컬러풀한  타원들은  역동적이고 생동하는  공작새 상징 이미지로  그 오묘한  광경과 위용을  추상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공작새의 춤은 역동적이며 시작도 없고 끝도없다. 마치 숙명처럼 고혹적으로 생동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