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봄빛


DATE : 2022.04.22~ 2022.05.20

ARTIST: 김진숙




작품 소개


자잘한 잎이 무성한 이름 모를 관목으로 여름을 나고

심란하기 그지없는 알 수 없는 덤불로 겨울을 지내다 초봄의 기운이 덮치면

개나리는 맨 먼저 꽃을 피우며 제 존재를 온 세상에 힘껏 알린다. 


생경한 노랑의 색채가 주변을 물들이면 그제야 우리는 그곳에 있었단 알 수 없던 덤불이 개나리임을 깨닫는다.

눈여겨 보아도 잘 알 수 없던 식물에 꽃이 피고 나서야 개나리라고 이름이 불리게 되는 것처럼

오랜 동면에 들어있다 그림을 그리며 나의 이름을 되찾고자 간절했던 시간의 기억은

개나리와의 동질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집 앞 화단에 거짓말처럼 피어난 노란 꽃무더기의 실체를 알아 챈 어느 날 아침,

개나리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희망이라는 꽃말까지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극대화 시키는 색채의 강열함과 수없이 많은 꽃송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 큰 과제였다.

군집된 꽃무더기의 어지러움 속에서 나름의 질서를 찾아주고

가장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는 형식을 모색해야만 했는데

우선은 질감이 필수임을 깨달았다.


단색으로 마감한 바탕으로 추상에 가까운 화면을 만들고

모델링 페이스트를 이용해 캔버스 표면에 두툼한 질감을 형성하고

그 위에 켜켜이 물감을 쌓아 얹었다.

바닥을 성형하는 지난 날 작업이 뒤따르며

물감이 마른 후 또 다음 층을 입히는 기다림의 시간을 몇 번이나 견뎌내야 한다.


이러한 구성으로 쏟아져 내리는 식물의 흐름을 엮어낸다.

군집으로 피어난 개나리 무더기에서 모티브를 찾았으나

바람결을 타고 흐르는 수양버들이나 봄빛에 흐드러지는 벗꽃의 군무,

때로는 오래 묵어 긴 가지가 출렁대는 은행나무를 연출하기도 한다.


눈으로 들어온 자연계의 한 장면을 재현한다는 것은

단지 외형의 닮은 꼴 묘사만으로는 실현하기 힘들었다.


체득했던 장면과 감정을 보는 이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하는 바람으로

추상과 구상, 이미지와 물질이 공존하는 그림을 만들었다.

전통적인 구상화로서는

표현하기 힘든 내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은 아직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여김없이 또 봄이다.


개나리 노란빛이 눈부시다.

김진숙 작가 소개 바로가기 >